카테고리 없음 / / 2022. 11. 8. 11:45

영화<미나리> 영화리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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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처럼 단단해지는 영화

2020년 개봉한 미국의 드라마 영화로 정이삭이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영화 <미나리> 수상은  2020년 1월 26일에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 극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관객상을 수상했고,  2020년 12월 11일에는 1주일 동안에 걸친 제한 상영이 진행, 2021년 2월 12일에는 A24의 가상 극장을 통해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2020년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으며

영화배우조합 캐스팅상 후보에 올랐다.

제74회영국 아카데미영화상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배우조합과 영국 아카데미를 비롯해 미국아카데미에서  윤여정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주연으로는 스티븐 연(제이콥 역), 한예리(모니카 역), 윤여정(순자 역), 앨런 S 김(데이비드 역), 노엘 조(앤 역),

윌 패튼(폴 역), 스콧 헤이즈(빌리 역)등이 있다. 

 

제이콥 가족의 현실

캘리포니아에서 시골 아칸소로 이사 오는 제이콥 가족, 그러나 결코 행복하지 않은 아내 모니카.
제이콥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농장을 만들기 위해 이사를 왔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삶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모니카도 맞벌이를 하려고 하지만
손이 느려서 캘리포니아에서는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이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 풀이 무성한 불모지 같은 인상을 줍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땅, 이웃집이 전혀
보이지 않는 땅, 그 땅을 산 제이콥은 모니카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흙을 두 손 가득 들어 보이며 좋아합니다. 이걸 보라고 이것 때문에 여기 왔다고... 이후 드러나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입니다.
트레일러를 개조해서 만든 집, 아이들을 이런 곳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담한 모니카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걸 바라보는 모니카의 절망 섞인 표정이, 그리거 남편의 손을 잡고 힘겹게 트레일러를 오르는 모니카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트레일러 집에 자리를 잡은 제이콥 가족, 딸 앤에게 우리는 이 집에서 금방 나갈 거라고 말한 모니카는 이내 공포와 마주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이 도래하자 위태롭게 흔들리는 집 설상가상으로 물이 새서 가구는 젖고 제이콥은  토네이도를 두려워합니다.  이 부분은 제이콥의 가족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모니카와 제이콥의 격돌도 종이비행기에 편지를 쓰는 아이들의 노력도 모두 슬프게 보입니다. 병아리 감별사 일은 캘리포니아와 아칸소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이라는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병아리 공장에는 이상하게 아시안인들이 있습니다. 교회에는 백인들이 있습니다. 아시아 가족은 희귀합니다.
하지만 병아리 공장에서는 누구도 아시아인을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 종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니카에게 여기에서는 그 정도도 충분하다는 말은 캘리포니아와  같은 미국의 중심부에서 밀려나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캘리포니아에선 부족하지만 아칸소에서는 괜찮다는 말은 처량하게 들립니다. 데이비드 은 모니카와 제이콥의
걱정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아슬아슬한 삶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제이콥과 모니카의 입버릇이 데이비드 뛰지 마, 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마음껏 살기 어려운 한국인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선천적인 심장병을 앓고 있는 데이비드를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순자가 날아오며 이야기는 본격화됩니다. 순자와 데이비드의 이야기는 평범한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처음 보는 할머니가 낯설어서 엄마 뒤에 숨는 데이비드의 모습, 엄마가 가져온 고춧가루, 멸치, 보약, 미나리에 왈칵 울음을 보이는 모니카도 너무 정겹습니다. 
데이비드가 순자에게 소변을 먹이고, 순자는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데이비드는 순자에게 말합니다.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가 않다고... 쓴 보약을 끓여서 먹이고 손자와 고스톱을 치고, 데이비드에게는 그 한국의 냄새가 생소하고 어딘지 모르게 이상합니다.

제이콥의 도전도 이어지는데, 한국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이웃과 만남, 주일이면 십자가를 짊어지고
다니는 괴상한 인물이지만, 제이콥은 기꺼이 그에게 일을 줍니다. 한국을 아는 한국을 경함 한 사람들만
이 알 수 있는 정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이콥은 결국 식수로 사용할 물을 길어와서 농사에 쓰고,  모니카는 그걸 다 알고 있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제이콥은 이 농사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모니카가 제이콥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장면, 어떻게 보면 남자와 여자의 말하기 방식의 차이를 드려내는
장면이기도 하면서, 모니카와 제이콥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서로를 대하는 사고관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제이콥은 지독히도 현실 적으고 생각합니다. 제이콥에게 돈과 생존은 아주 아주 중요합니다.
그게 수반되어야만 가족도 성립 가능하다고 여깁니다. 그렇기에 제이콥은 현실을 기반으로 성공을 꿈꿉니다.
반면 모니카가 듣고 싶은 말은 이상적인 것입니다. 제이콥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모니카를 , 가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 의지가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둘의 바람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이콥은 농사로 성공하는 꿈을, 모니카는 제이콥이 가족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꿈을.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데 굴뚝의 연기를 궁금해하는 데이비드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쓸모 있는 수컷이 되어야 한다고, 쓸모 있는 수컷이 되지 않으면 버려진다는 것. 제이콥은 그런 사고방식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모니카의 옆에서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은 것입니다. 쓸모있는 수컷임을 증명하고 싶어서.  그것이 제이콥의 삶의 목적이고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데이비드의 심장, 기적처럼 나이 지고 있는 데이 빗어 심장은 그 자체로 미나리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연약해 보이는 식물이지만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연약해서 금방 부서질 것 같았던 데이비드의  심장은 조금씩 나아져서 이제는 회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비드는 할머니를 향해 달리기까지 성공합니다.

처음으로 데이비드가 달리는 순간, 불이 나던 집, 할머니를 찾아온 불행,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뭉쳐지는 장면은  미나리의 명장면입니다. 어느 날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순자, 순자가 불을 내는 장면도 영화 초반부터  암시된 불행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았던 가족의 위기는 오히려 불행 앞에 공고해지고, 순자는  그런 가족의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봅니다. 왜 순자는 가족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을까요.

다시 봄은 오고 데이비드와 제이콥은 순자가 미나리를 심어둔 곳에 가서 할머니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가족이 다시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결국 제이콥은 그 농사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
해야 했을 겁니다. 영화는 회복된 데이비드의 심장처럼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제이콥 가족도
이곳 아칸소에서 잘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요.

이주민 가족들의 삶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라는 시골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삶을 가꿔나간다는 내용의 정말 단순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겪는 시골 생활은 겉으로는 유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상황 자체는 정말 불쾌하고
억지로 버텨내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이주민의 모습으로 보이게 됩니다.
결혼을 통해 성인이 되면서 미국으로 이주한 부부,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한국에서 지내온 할머니,
그리고 순수하게 미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서로 다른 철학을 가졌음에도, 결국 사람살이
다 똑같다는 연대감과 이질감까지 동시에 풍겨대며 정말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이 다르더라도 유사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 유쾌한 힐링과 깨알 같은 한국적 개그 코드에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언정 속으로는 불쾌했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스티븐 연 배우가 연기한 제이콥은 자신의 정원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가족들과 함께
시골에 정착했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은 이곳에서 살았던 전 주인은 쫄딱 망했다니 뭐니
이야기를 하면서 제이콥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합니다. 때문에 우물을 파내야 할 때도 폴이라는 친구가
엑소시즘이라는 이야기를 꺼낼 때도 굉장히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스스로 해결하려다가 결국
집안에 있는 수돗물로 작물을 재배하게 되는 결과에 다다랐습니다. 

하지만 한예리 배우가 연기한 아내 모니카는 남편의 이런 비밀을 진작에 눈치채고도 아이들을 위해
남편을 어떻게든 부여잡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보입니다. 모니카는 병원이 1시간 거리인 데다 아들이 언제 심장이 아플지 모르는데 이곳에서 지내야 하는 심신의 안정이 없고 토네이도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언제든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심신의 안전도 없고 경제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한 제이콥은 외로움에 대한 공허함이라고 한다면 보통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될 테지만 제이콥의 경우는 정원을 가꾸며 생활하는 것이 잘 안 풀린다면 떠나도 말리지 않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자신의 꿈으로 비유하는 것이 적당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남녀 간의 모든 심리적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니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초반에 부부싸움으로 효과적인 진행방식을 택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럼에도 제이콥은 작물재배에 성공하고 판매처를 구하는데 또한 성공하기까지 했으니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는 스스로의 압박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며 자신의 공허함을 달래주는데, 성공했지만 모니카는 여전히 충족되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제이콥은 항상 낙관주의적으로 모든 게 잘 풀릴 거라고 말하지만 모니카는 당장 행복할지언정 앞으로의 미래는 망할 것이 뻔하다는 현실주의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제이콥은 힘든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서 든 낙관적인 태도로
살아가야 했던 염치없는 현실에 부딪히고 모니카는 그동안 제이콥처럼 낙관적인 시선으로 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작물이 불타는 큰 사건에 의해 불을 끄는 것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부부간의 갈등이  해결됩니다. 제이콥은 이제야 모니카처럼 현실을 바라보기 위해 우물을 돈 주고 만들려고 하고 모니카도  제이콥처럼 낙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하게 됩니다. 

앨런 김 배우가 연기한 데이비드, 노엘 조 배우가 연기한 앤, 그리고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할머니 순자입니다.
데이비드는 환경이 바뀌었지만 아무도 자기만의 세상에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시골생활을 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할머니 순자가 들어오게 되면서 데이비드를 시작으로  불화가 생기기 시작하죠. 특히나 어릴 적에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을 한국과 미국의 정서 차이를 맛보게  되면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몸에 쓰면 약이라더라, 고스톱은 필수다, 레슬링이나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은 물론 항상 아기 취급만 해주는 순자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분위기를 형성해 내는지를 고민할  틈도 없이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기 바빴습니다. 데이비드의 입장에선 할머니의 틀에 박힌 사고방식으로만 여겨졌지만 데이비드도 할머니라면 이러이러해야 하지 않냐며 정작 본인도 할머니라는 단어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혀 있던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했어도 언제든 용서하는 할머니의 정과 가족들은 뱀 때문에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말라고 했음에도 미나리를 심을 곳을 찾기 위해 깊숙이 들어가는 할머니의 당당함을 보면서 데이비드는 할머니의 스타일에 녹아들기 시작합니다. 결정적으로 서랍에 의해 다리를 다치는 것을 시작으로 할머니와의 관계가 더욱 발전하는 듯했지만, 얼마 안 가 뇌졸중으로 치료를 받게 되는 비극이 벌어집니다. 더 이상은 진짜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모자라 자기의 침대를 양보하고 바닥에서 자야 하는 상황 때문에 불만만 가득했던 상황의 연속이지만 할머니는 실수로 모든 작물을 불태우게 되면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눈물을 흘리며 하염없이 숲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어느 정도 건강해진 몸을 이끌고 순자에게 뛰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합니다. 비록 데이비드는 가족들이 활동을 제한하고 암묵적인 압박과 무관심을 받으면서 조금씩 쌓인 애정 결핍에 관한 스트레스를 할머니라는 새로운 누군가에게 풀면서 지내게 되지만 결국 할머니의 진심 어린 사랑을 느끼고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할머니도 이러한 손주 손녀의 사랑을 정확하게 느끼게 되었겠죠.  여기서 작물이 불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가족들이 다시 끈끈해졌다는 것입니다.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덕분에 자신을 돌이켜보고 회복할 시간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데이비드의 입장을 통해서  불쾌하지만 유쾌한 추억이 어떤 느낌인지 짐작이 갔으면 합니다.  이 영화의 경우 작물들이 불타게 되는 사건이 변환점이었습니다. 제이콥과 데이비드는 할머니가 심어놓은 미나리를 수확하기 위해 숲 속으로 떠나게 되고, 밖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정말 많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난 미나리를 보고 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찾으셨다는 말과 함께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의미를 답 아냅니다. 마치 불행한 사건들을 겪으며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성숙하게 자라난 우리들처럼 말입니다. 

이주민의 힘들고 머나먼 적응기 속에서 분명 차별의 한계점을 느꼈겠지만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은 모두 
제쳐두고 가족들의 삶이라는 키워드에만 집중하면서 가족들이 어떤 식으로 성장해나가는지 짐작만 할 수
있게 끔 잔잔하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었던 선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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