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 사용 설명서
봉준호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이며, 첫 영어 영화인 설국열차는 2013년 개봉작이며 장르는 SF, 액션, 드라마입니다.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를 원작으로 했으나 영화와 원작 만화는 스토리적 연관성은 거의 없습니다.
주연으로는 크리스에반스(커티스 역), 송강호(남궁 민수역), 에드 해리스(윌포드 역), 존 허트(길리엄 역),
틸다 스윈튼(메이슨 역), 제이미 벨(에드가 역), 옥타비아 스펜서(타냐 역), 이완 브렘너(앤드류 역), 고아성(요나 역)이 있으며 출연자는 알리슨 필(교사 역), 루크 파스콸리노(그레이 역), 블라드 이바노브(형 프랑코 역), 아드난 하스코 비치(동생 프랑코 역), 엠마 레비(클로드 역), 스티븐 파크, 케니 도우티, 클락 미들턴, 박성택(첸 역)이 있습니다.
꼬리칸의 혁명과 북극곰에 대하여
기상이변으로 꽁꽁 얼어 붙은 지구, 그리고 홀로 나아가는 무한동력의 기차, 이곳만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여기서는 교육 음악 맛있는 음식 등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낙원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지구 온난화가 극심한 수준으로 치닫자 세계 79개국 정상들이 이를 해결 할 수 있다는 CW-7을 살포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심각한 부작용으로 지구에 거대한 빙하기를 몰고 왔으며 윌포드라는 인물이 일생일대의 계획으로 만든 무한동력 기차만이 생존자들의 피난처가 되었습니다.(열차의 탑승자가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그리고 기차에 탑승한 생존자들은 각각 계급이 나뉘어 있습니다. 거금을 내고 탑승한 사람들은 귀족과도 같은 대우를 받았지만, 돈이 없던 생존자들은 기차에 무임승차했고, 이들은 전부 꼬리칸이라고 불리는 열차 가장 뒤쪽에 몰아넣어집니다.
꼬리칸 사람들, 한번 꼬리칸에 탑승하면 영원히 꼬리칸입니다. 부모가 꼬리칸인 아이도 영원히 꼬리칸입니다. 그리고 그 계급은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무임승차한 이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앞 칸에서 제공하는 단백질 블록 하나 이렇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사건이 터집니다. 단순한 건강 확인이라며 꼬리칸의 아이들을 불러 모으더니 갑자기 애들만 데려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모두들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그들을 제압하고 반발이 심한 사람들을 본보기로 끔찍한 형벌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열차의 총리 메이슨의 강렬한 연설, 자신의 위치를 지키라는....그리고 이런 상황에도 열차를 관찰하고 있는 꼬리칸의 지도자 커티스 그들은 사실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고, 절호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커티스는 반란의 날을 위해 오랜기간 열차의 정보를 조금씩 모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도와주려는 듯한 앞 칸의 미지의 정보원이 보내는 붉은 쪽지를 보며 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감옥 칸에 있다는 보안 전문가의 정보... 여느 때와 같이 혁명을 위한 무기를 제작하고 있는 일행 들, 점호시간이 바뀌고 일이 틀어져 버립니다. 미쳐 만들어 놓은 무기를 숨기지 못한 이들은 소란을 피워 시선을 돌립니다.
혁명- 계획한 날은 아니지만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커티스의 목숨을 건 시도에 혁명은 시작됩니다.
성공적인 시작으로 드디어 꼬리칸에서 탈출한 커티스와 일행들은 빨간 쪽지에서 언급된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를 구출해 냅니다.
이들은 남구민수에게 혁명에 참여해달라고 제안을 하는데 잠시 고민하던 남궁 민수는 자기의 딸 요나와 같이 참여하는 조건으로 협력하겠다고 합니다. 이후 거침없이 열차칸을 전진하는 일행들 어느덧 꼬리칸 사람들의 식량을 제조하는 열차칸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이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바퀴벌레로 이들의 식량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들을 진압하러 온 몸을 무장한 군사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 의미심장한 말을 뱉는 메이슨, 지금부터 74%에 달하는 인구를 죽이겠다고......
진압-이대로라면 일방적인 학살 밖에 안되는 그때 무엇인가 번뜩 생각난 커티스, 남궁 민수한테 성냥을 훔쳤던 첸을 떠올립니다.
극복-불을 얻은 꼬리칸 사람들은 시야를 확보하게 되고, 훨씬 많은 머릿수로 상황을 역전시킵니다. 총리 메이슨을 인질로 잡는 데 성공하면서 전투는 승리로 마무리됩니다.
인질이 된 메이슨은 자신의 생명을 보장만 해준다면 이 열차의 엔진이 있는 곳 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렇게 메이슨을 앞장 세우며 더더욱 앞으로 전진하게 되는 커티스와 꼴칸 일행들, 존재 자체도 몰랐던 아쿠아리움, 정육 칸 등으 지나 이들은 어느덧 열차의 교육 칸까지 도착해냅니다. 그리고 그때 마치 꼬리칸 사람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열차를 만들었다는 윌포드가 사람을 시켜 새해맞이 선물을 보내는데.....
함정-기차 안에서 철저한 계급사회를 신랄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새로운 설정의
디스토피아의 영화, 2013년에 출시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계급과 권력에 대항하는 주제의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영화를 시청하면서 인상 깊게 봤던 특징이 바로 이영화가 인류 역사의 전반을 함축시켰다는 점입니다.
벌레 채집을 하던 인간이 물고기와 고기 사냥 그리고 농사에 이어 교육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열차칸의 전진과 매칭 시켰고,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혁명을 일으키는 모습이나, 불을 발견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 등에서도 인류 역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광기어린 교육으로 어렸을 때부터 시민을 통제하고 계급사회를 유지하는 모습 등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많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열차라는 좁은 공간에서 집중력 있는 장면 연출이 가능했던 것은 엄청난 캐스팅이 한몫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로 이미 우리들에게 친숙한 크리스 에반스는 극 중 커티스 역할을 맡았습니다. 크리스 에반스는 개봉 연도 2013년에 내한하여 봉준호는 세계 최고 감독이다, 다른 배우들은 모르길 바래었다고 애정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에이션트 원으로 친숙한 틸다 스윈튼도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메이슨 역을 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분장을 하고 연기를 소화했습니다.
또 말이 필요없는 배우 송강호까지 3명의 캐스팅으로 라인업이 정말 단단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10부작 시리즈의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다고 합니다. 강력한 반전을 좋아하는 분들, 기발한 스토피아 장르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설국열차가 처음 출발할때 탑승칸을 정했던 기준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었습니다. 부의 차이가 계급을 결정짓는 자본주의적 사회의 구조는 다수가 가난한 데에도 소수는 여전히 사치를 부리는 설국열차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연결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혁명의 카타르시스를 영화를 통해서라도 보여줬으면 관객들은 더 많은 환호를 이 작품에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사람들의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조금 다른 선택을 합니다. 분노만으로 이루어진 꼬리칸의 혁명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길리엄은 커티스에게 묻습니다. 머리칸과 엔진을 차지하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이거 혁명 이후에 대한 질문입니다. 사람들의 분노는 세상을 뒤집는데 까지는 나아갈 수 있지만 분노만으로는 그 이후의 세상을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분노하며 머리칸 까지 달려온 커티스는 자신의 혁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합니다. 거기엔 더 이상 파괴하고 분노할 적이 아니라 직접 고민하고 만들어나가야 할 세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왜 봉준호는 혁명의 성공이라는 매력적인 기승전결을 포기하고 하다만 것 같은 찝찝한 결말을 내놓은 것일까요???? 제 생각은 커티스 혁명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 인물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들이 모두 백인이라는 점입니다. 설국열차에는 다양한 인종이 타고 있습니다. 그러나 커티스 혁명을 이끌고 방해하고 무너뜨리는 주요 인물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백인입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백인이 주도해서 만들어놓은 서양세계의 체제와 사고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설국열차도 이와 마찬가지로 백인인 윌포드가 주도하여 만든 세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존 세계에 맞서 싸워야 할 혁명이 또다시 백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커티스가 백인이라는 즉 그의 혁명도 기존 세계의 질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그래서 커티스의 혁명은 기존 질서를 바꾸기는커녕 그대로 이어 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커티스가 윌포드의 궤변에 흔들리는 것은 바로 커티스 혁명의 그런 한계점을 더욱더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었을 것입니다.
봉준호는 이렇게 백인의 즉 서양적인 것들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대안을 내놓습니다.
바로 흑인과 황인으로 상징되는 제3의 길, 기존 체제로부터의 탈출입니다.
그리고 봉준호는 그 대안에 아이들이라는 상징성까지 더 얹습니다. 그러므로 봉준호 감독이 정말로 얘기하고 싶었던 바는 백인과 어른으로 대변되는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유색인종과 아이들로 은유되는 새로운 체제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티스도 지금에 와서는 혁명과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그가 스스로 고백했듯 한때는 이 세계를 더 잔인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던 적이 있습니다.
또한 남궁 민수도 황인이면서 기차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제3의 길을 생각해 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이 세계의 대안으로 볼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도 이 열차의 보안 설계자로서 일하며 현재의 세계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어른의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준호는 백인 어른들이 만든 기차로부터 벗어난 유색인종의 아이들이라는 결말을 우리들에게 내놓은 것입니다.
비록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런 자신을 희생해서 새로운 미래를 이어나갈 아이들을 지켜낼 이 어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요?
희망이라는 건 정말로 모든 생명이 얼어붙었던 세계에 다시 나타난 북극곰처럼 비현실적이기만 한 것일까요? 봉준호 감독은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북극곰을 이렇게 클로즈업하면서 영화를 끝내는 것으로 자신의 대답을 대신하고 있습니다.